니고리자케(にごり酒), 뿌옇게 흐린 사케는 막걸리와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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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라고 하면 맑고 투명한 술을 떠올리기 쉽지만, 술집 냉장고나 직구 사이트에서 우윳빛으로 뿌옇게 흐린 사케를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것이 니고리자케(にごり酒), 우리말로 옮기면 ‘흐린 술’입니다.

겉모습이 막걸리와 닮아서 ‘일본식 막걸리’로 소개되는 일이 많지만, 만드는 법도 도수도 꽤 다릅니다. 이번 글에서는 니고리자케가 정확히 어떤 술인지, 도부로쿠·막걸리와 무엇이 다른지, 흐림의 정도에 따른 종류와 도수, 그리고 병 안에서 아직 발효가 진행되는 활성 니고리를 안전하게 여는 법까지 차근차근 정리합니다.

니고리자케란 무엇인가

니고리자케(にごり酒)는 눈이 성긴 천이나 망으로 성기게 걸러, 쌀과 누룩의 고운 입자가 술에 그대로 남은 사케입니다. 사케는 발효가 끝난 술덧, 즉 모로미(醪)를 짜내는 「죠소(上槽)」 공정을 거치는데, 보통은 촘촘한 자루로 눌러 맑은 술만 받아 냅니다. 니고리자케는 이 단계에서 일부러 체처럼 성긴 망을 쓰는 「아라고시(粗ごし)」를 합니다. 그래서 걸러지지 않은 미세한 고형분이 남아 우윳빛으로 뿌예집니다.

사케 양조장의 커다란 탱크에서 발효 중인 모로미
발효를 마친 모로미를 어떻게 짜느냐가 맑은 사케와 니고리자케를 가른다

이때 술에 남는 하얀 입자를 오리(澱)라고 부릅니다. 헷갈리기 쉬운 것이 사케카스(酒粕), 곧 주박입니다. 주박은 술을 다 짜낸 뒤 자루 안에 남는 판처럼 굳은 고형 덩어리로, 술 속에 떠 있는 오리와는 전혀 다릅니다. 니고리자케는 주박을 다시 풀어 넣은 술이 아니라, 애초에 오리를 남긴 채로 병에 담은 술입니다.

그릇에 담긴 판 모양의 사케카스(주박)
짜고 남는 주박(사케카스). 니고리의 오리는 이와 달리 술 속에 남은 고운 입자다

오리는 시간이 지나면 병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덕분에 니고리자케는 한 병으로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흔들지 않고 따르면 위쪽의 맑은 층은 산뜻하고 깔끔하며, 병을 조심스럽게 굴려 섞으면 크리미하고 진한 단맛이 살아납니다.

도부로쿠와는 다르다, ‘거르는가’가 가른 경계

뿌연 일본 술에는 니고리자케 말고 도부로쿠(どぶろく)도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더 걸쭉하다는 정도의 차이지만, 일본 주세법에서 둘은 아예 다른 술로 분류됩니다.

주세법이 정한 청주(清酒)의 요건에는 쌀·쌀누룩·물을 원료로 발효시킨 뒤 「거른 것」이라는 조건이 들어 있습니다. 니고리자케는 성기게라도 반드시 거르는 공정을 거치므로 이 요건을 충족해 청주입니다. 반면 도부로쿠는 짜는 공정 자체를 하지 않고 모로미를 그대로 담기 때문에 청주가 되지 못하고 「그 밖의 양조주(その他の醸造酒)」로 분류됩니다.

유리잔에 담긴 도부로쿠, 쌀알 입자가 남아 있다
도부로쿠는 짜지 않아 쌀 입자가 그대로 보인다

이 차이는 라벨에서도 드러납니다. 청주인 니고리자케는 준마이·긴죠 같은 특정명칭을 붙일 수 있고, 도수도 청주 규정에 따라 22도 미만이어야 합니다. 도부로쿠에는 그런 명칭이 붙지 않습니다. 흐린 정도가 아니라 짜는 공정을 거쳤는가가 두 술을 가르는 기준이라고 기억해 두면 됩니다.

흐림의 정도로 나뉘는 종류

같은 니고리라도 흐림의 농도는 천차만별입니다. 라벨에서 자주 만나는 표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기만드는 법인상
니고리자케성긴 망으로 아라고시뚜렷한 우윳빛, 걸쭉하고 진하다
오리가라미
(카스미자케)
평소대로 짠 뒤 오리를 걷어내는 공정을 생략옅게 안개 낀 정도, 산미와 신선함
우스니고리
사사니고리
오리를 적게 남긴 옅은 니고리가볍고 산뜻, 니고리 입문용
활성 니고리가열살균하지 않고 성기게 걸러 병입병 안에서 발효가 이어져 탄산감이 있다

한 가지 짚어 둘 것은, 우스니고리와 사사니고리를 가르는 법적 기준은 없다는 점입니다. 어느 쪽이 더 옅은지는 양조장마다 다르게 쓰므로, 표기보다는 병 속 액체의 색과 뒷면 설명을 보고 판단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오리가라미 역시 니고리자케와 만드는 방식이 다릅니다. 성기게 거른 것이 아니라 평소대로 짠 뒤 가라앉은 오리를 걷어내는 「오리비키(澱引き)」를 생략한 것이어서, 남는 오리의 양이 훨씬 적습니다.

도수와 맛, 막걸리와 무엇이 다를까

니고리자케의 알코올 도수는 대개 14~16도로, 일반적인 사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뿌옇고 부드러운 외관 때문에 순한 술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도수가 그대로인 사케입니다. 최근에는 마시기 편하도록 도수를 10도 안팎까지 낮춘 저알코올 니고리도 늘고 있으니 라벨의 도수 표기를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한국 독자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역시 막걸리와의 차이일 겁니다. 뿌연 쌀 술이라는 점은 같지만, 실제로 마셔 보면 전혀 다른 술입니다.

구분니고리자케막걸리
알코올 도수대개 14~16도대개 6~8도
쌀 손질겉을 깎아 낸 정미한 쌀일반 백미를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
당화 재료쌀누룩(코지)전통 누룩 또는 입국
탄산기본은 없음, 활성 타입만 있음살아 있는 제품은 대체로 있음
맛의 인상쌀의 단맛과 감칠맛이 진하고 무게감산미와 청량감이 앞선다

정리하면 니고리자케는 막걸리보다 두 배가량 도수가 높고, 산미보다 단맛과 감칠맛이 앞서는 술입니다. 막걸리를 마시듯 잔을 비우면 생각보다 빨리 취할 수 있으니, 첫 병은 작은 잔에 조금씩 따라 속도를 조절하시길 권합니다.

활성 니고리, 열 때 조심해야 하는 이유

니고리 중에서도 특히 주의가 필요한 것이 활성 니고리입니다. 가열살균을 하지 않아 효모가 살아 있고, 병 안에 남은 당분을 먹으며 발효를 계속합니다. 그 결과 탄산가스가 쌓여 압력이 올라가는데, 아무 생각 없이 뚜껑을 돌리면 내용물이 분수처럼 뿜어 나와 절반 가까이 잃을 수도 있습니다. 라벨에 「吹きこぼれ注意(뿜어 넘침 주의)」나 「要冷蔵」이 붙어 있다면 이 타입입니다.

얼음과 함께 차게 준비한 뿌연 니고리자케 한 병
활성 니고리는 충분히 차게 식힌 뒤에 여는 것이 첫 번째 안전 수칙이다

실패하지 않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① 흔들지 말고 충분히 차게
온도가 낮을수록 가스가 액체에 녹아 있어 덜 튑니다. 냉장고에서 반나절 이상, 병은 눕히지 말고 세워서 보관합니다.
② 싱크대 위에서, 병 입구는 사람이 없는 쪽으로
넘쳐도 괜찮은 자리에서 엽니다. 얼굴을 병 위로 가져가지 않습니다.
③ 조금 열었다 잠그기를 반복
뚜껑을 아주 조금만 돌려 가스를 흘리고, 거품이 올라오면 즉시 다시 잠급니다. 거품이 가라앉으면 다시 조금 여는 식으로 여러 번 나눠 압력을 뺍니다.
④ 다 열린 뒤에 천천히 섞는다
가스를 다 뺀 다음 병을 조심스럽게 굴려 오리를 섞습니다. 이 순서를 바꾸면 넘칩니다.

보관도 같은 맥락입니다. 가열살균을 거친 니고리는 직사광선을 피한 서늘한 곳에 둘 수 있지만, 활성 니고리를 비롯한 생 타입은 반드시 냉장입니다. 오리가 남아 있는 만큼 맑은 사케보다 변화가 빠르므로, 미개봉이라도 냉장에서 반년 안에, 개봉 후에는 2주 안에 마시는 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좋습니다.

맛있게 마시는 법과 어울리는 안주

니고리자케의 기본은 잘 식힌 냉주입니다. 5~10도 정도로 차게 하면 단맛이 조여들어 진한 풍미와 균형이 잡히고, 활성 타입이라면 탄산감도 또렷해집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처음 한 잔은 흔들지 않고 위층만 따라 맑은 맛을 보고, 그다음 잔부터 섞어 마시면 한 병으로 두 가지 표정을 즐길 수 있습니다.

유리 사카즈키 잔에 따른 사케
뿌연 빛깔이 잘 보이는 유리잔에 따르면 니고리의 인상이 한층 살아난다

변화를 주고 싶다면 선택지가 넓습니다. 얼음을 넣은 온더록에 레몬이나 라임을 살짝 짜면 단맛이 정돈되어 훨씬 가볍게 넘어갑니다. 탄산수로 반쯤 희석하면 도수도 내려가고 청량해져 식전주로 어울립니다. 우유나 플레인 요구르트와 섞는 방식도 니고리 특유의 쌀맛과 잘 맞습니다.

따뜻하게 마셔도 좋습니다. 다만 너무 뜨겁게 하면 단맛이 무거워지므로 35~40도의 미지근한 누루칸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온도대에서는 단맛이 부드럽게 풀리고, 50도 가까이 올리면 걸쭉한 질감이 오히려 더 도드라집니다. 단, 활성 타입은 데우면 가스가 부풀어 위험하니 차게만 즐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안주는 흐림의 농도에 맞추면 실패가 적습니다. 탄산이 있는 활성·우스니고리 계열은 회나 흰살생선 구이처럼 재료를 살린 담백한 요리와, 진한 니고리는 돼지고기 조림·마파두부 같은 기름지고 자극적인 요리와 잘 맞습니다. 유제품과의 궁합도 좋아서 크림치즈나 블루치즈 한 조각을 곁들이면 의외의 조합을 발견하게 됩니다.

축제의 술에서 상품이 되기까지

뿌연 술은 원래 축제와 신앙의 술이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명한 기후현 시라카와무라에서는 매년 9월 말부터 10월에 걸쳐 풍년과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도부로쿠 마츠리가 열립니다. 이 지역에서는 약 1300년 전부터 신에게 바치는 술로 도부로쿠를 빚어 왔다고 전해집니다.

시라카와고 도부로쿠 축제에서 참배객에게 흰 술을 따라 주는 모습
시라카와고의 도부로쿠 축제. 뿌연 술은 본래 신에게 바치는 술이었다

다만 축제의 도부로쿠는 그 자리에서만 마실 수 있는 술이었습니다. 1974년, 기후현 오가키의 미와주조 6대 당주가 시라카와무라의 전 촌장으로부터 ‘일 년 내내 마실 수 있고 판매도 가능한 도부로쿠’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1837년에 창업한 이 양조장은 도부로쿠의 제법을 살리되 법이 요구하는 거르는 공정을 넣어, 청주로 인정받는 니고리자케를 완성했습니다.

이 술은 축제의 진한 맛을 재현하기 위해 일반 청주의 두 배에 가까운 쌀을 씁니다. 그만큼 단맛이 강해 일본주도(니혼슈도)가 마이너스 25에 이르는 극단맛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뿌연 사케가 옛 축제의 기억을 품은 채 오늘날의 상품이 된 대표적인 사례라 할 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니고리자케는 막걸리와 같은 술인가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술입니다. 니고리자케는 도수가 대개 14~16도로 6~8도인 막걸리의 두 배가량이고, 겉을 깎아 낸 정미한 쌀과 쌀누룩(코지)으로 빚습니다. 맛도 막걸리의 산미·청량감보다 쌀의 단맛과 감칠맛이 앞섭니다. 막걸리처럼 편하게 들이켜면 빨리 취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니고리자케 도수는 얼마나 되나요?

일반적인 사케와 비슷한 14~16도가 가장 흔합니다. 뿌옇고 부드러운 인상 때문에 순한 술로 오해하기 쉽지만 도수는 그대로입니다. 최근에는 마시기 편하게 10도 안팎으로 낮춘 저알코올 제품도 나오므로 라벨의 알코올분 표기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주세법상 청주는 22도 미만이어야 합니다.

니고리자케는 흔들어서 마셔야 하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흔들지 않고 위쪽 맑은 층을 먼저 따르면 산뜻한 맛을, 병을 조심스럽게 굴려 오리를 섞으면 크리미하고 진한 맛을 즐길 수 있어 한 병으로 두 가지를 맛볼 수 있습니다. 다만 활성 니고리는 가스가 차 있으므로 뚜껑을 열어 압력을 완전히 뺀 뒤에 섞어야 넘치지 않습니다.

니고리자케는 어떻게 보관하고 언제까지 마셔야 하나요?

가열살균한 니고리는 직사광선을 피한 서늘한 곳에 둘 수 있지만, 생 타입이나 활성 니고리는 반드시 냉장 보관하고 병은 눕히지 말고 세워 둡니다. 오리가 남아 있어 맑은 사케보다 변화가 빠르므로 미개봉이라도 냉장에서 반년 안에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개봉한 뒤에는 냉장 보관하며 2주 안에 비우는 것을 기준으로 삼으시면 됩니다.

니고리자케와 도부로쿠는 무엇이 다른가요?

짜는 공정의 유무가 다릅니다. 니고리자케는 성긴 망으로라도 반드시 거르기 때문에 주세법상 청주로 인정되고, 준마이나 긴죠 같은 특정명칭도 붙일 수 있습니다. 도부로쿠는 거르는 공정 없이 모로미를 그대로 담아 청주가 아닌 ‘그 밖의 양조주’로 분류됩니다. 그래서 도부로쿠 쪽이 쌀 입자가 더 굵게 남아 걸쭉합니다.

정리

니고리자케는 성기게 걸러 쌀과 누룩의 고운 입자를 남긴 사케입니다. 핵심만 다시 짚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정의
성긴 망으로 아라고시해 오리를 남긴 사케. 주박을 섞은 술이 아니다.
도부로쿠와의 차이
거르면 청주(니고리자케), 거르지 않으면 그 밖의 양조주(도부로쿠).
도수
대개 14~16도. 막걸리(6~8도)의 두 배가량이니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다루는 법
활성 타입은 차게 세워 두고 조금씩 열어 가스를 뺀다. 개봉 후 2주 안에.

맑게 거르는 것이 기술의 정점처럼 여겨지는 사케의 세계에서, 니고리자케는 일부러 흐림을 남긴 술입니다. 그 뿌연 한 잔에 쌀이 술이 되던 순간의 질감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맑은 사케에 익숙해졌다면, 다음 한 병은 흐린 쪽을 골라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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