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미와 산단지코미, 사케 발효가 완성되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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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 라벨에 적힌 준마이, 긴죠, 다이긴죠 같은 이름은 결국 하나의 커다란 탱크 안에서 결정됩니다. 쌀을 씻고 찌고, 누룩을 만들고, 효모의 씨앗인 주모까지 길러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술을 빚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이때 탱크 안에서 부글부글 발효하는 걸쭉한 액체를 모로미(醪)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모로미에 재료를 한 번에 넣지 않고 나흘에 걸쳐 세 번 나누어 넣는 방식이 산단지코미(三段仕込み), 즉 3단 담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케 발효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모로미와 산단지코미를 원리부터 순서, 기간과 온도까지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모로미란 무엇인가

모로미는 사케가 실제로 술이 되는 발효액입니다. 큰 탱크 안에 찐쌀, 쌀누룩, 물, 그리고 효모를 길러낸 주모를 함께 담아 발효시키는데, 이 발효 중인 걸쭉한 액체 전체를 모로미라고 부릅니다. 눈으로 보면 표면에 하얀 거품이 일고 탄산가스가 올라오며, 며칠에 걸쳐 색과 점도가 조금씩 변해갑니다.

사케 양조장에서 발효 중인 모로미 탱크와 술을 젓는 양조 장인
탱크마다 표면에 거품이 이는 발효 중의 모로미

여기서 자주 헷갈리는 것이 주모(酒母)와 모로미의 차이입니다. 주모는 앞 단계에서 우량 효모를 잡균 없이 대량으로 순수 배양한 작은 ‘씨앗’ 배양액입니다. 양은 적지만 효모의 밀도와 산이 아주 높게 응축되어 있습니다. 반면 모로미는 이 주모에 찐쌀과 누룩, 물을 크게 더해 실제로 마실 술의 양까지 키워낸 커다란 발효 탱크 전체를 가리킵니다.

쉽게 말하면 주모는 효모를 준비하는 단계이고, 모로미는 그 효모로 술을 완성하는 단계입니다. 주모가 전체 쌀 양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소량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뒤에 이어지는 3단 담금이 왜 필요한지도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병행복발효, 사케만의 발효 방식

모로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해하려면 사케 특유의 발효 원리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쌀에는 포도와 달리 곧바로 발효될 수 있는 당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전분이 가득하죠. 그래서 사케는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나야 합니다. 하나는 누룩의 효소가 쌀 전분을 당으로 바꾸는 당화이고, 다른 하나는 효모가 그 당을 알코올로 바꾸는 발효입니다.

이 당화와 발효가 같은 탱크 안에서 나란히, 동시에 진행되는 것을 병행복발효(並行複発酵)라고 합니다. 세계의 여러 술 가운데 이런 방식으로 빚는 술은 사케가 거의 유일합니다. 세 가지 발효 방식을 나란히 놓고 보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단발효 (와인)
포도에 이미 당이 들어 있어 효모가 그 당을 바로 알코올로 바꿉니다. 당화 과정이 필요 없는 가장 단순한 구조입니다.
단행복발효 (맥주)
먼저 곡물 전분을 당으로 바꾸는 당화를 끝낸 뒤, 그 당액을 따로 옮겨 발효합니다. 당화와 발효가 순서대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병행복발효 (사케)
당화와 발효가 한 탱크 안에서 동시에 진행됩니다. 당이 조금씩 만들어지고 그 자리에서 곧바로 알코올로 바뀝니다.

이 구조 덕분에 사케는 발효로 만드는 술 가운데 알코올 도수가 가장 높게 올라갑니다. 모로미 안의 알코올은 발효가 끝날 무렵 약 18~20%까지 도달하기도 합니다. 당이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고 필요한 만큼씩 조금씩 만들어지기 때문에, 효모가 높은 당 농도에 지치지 않고 자기 알코올 내성의 한계인 20% 부근까지 꾸준히 발효를 이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마시는 사케의 도수가 15도 안팎인 이유는, 이렇게 완성된 원주에 물을 더해 마시기 좋은 도수로 맞추기 때문입니다.

나흘에 걸친 세 번의 담금

산단지코미는 주모가 담긴 탱크에 찐쌀, 누룩, 물을 세 번에 나누어 넣어 모로미를 키워가는 방법입니다. 담는 기간은 나흘이지만, 실제로 재료를 넣는 것은 세 번입니다. 각 단계마다 고유한 이름이 있습니다.

사케 양조장에서 찐쌀을 손으로 펴서 식히는 양조 장인들
담금에 쓸 찐쌀을 손으로 고르게 펴서 식히는 모습
순서넣는 것특징
주모 (준비)우량 효모 배양액전체 쌀 양의 약 7%. 탱크의 출발점이 된다
1일차 · 초첨(初添え)찐쌀·누룩·물주모의 약 2배로 늘린다
2일차 · 오도리(踊り)넣지 않음효모가 충분히 늘도록 하루 쉰다
3일차 · 나카조에(仲添え)찐쌀·누룩·물다시 약 2배로. 전체의 절반가량이 된다
4일차 · 토메조에(留添え)남은 찐쌀·누룩·물 전부담금 완료. 이후 본격적인 발효로 들어간다

핵심은 매 단계 재료의 양이 대략 두 배씩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주모를 1이라 하면 초첨에서 2배, 나카조에에서 다시 2배, 마지막 토메조에에서 나머지를 모두 더해 완성됩니다. 둘째 날 아무것도 넣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오도리는 ‘춤춘다’는 뜻인데, 이때 탱크 안 효모가 신나게 증식하며 다음 담금을 감당할 힘을 기릅니다.

왜 한 번에 담그지 않을까

번거롭게 세 번에 나누어 담그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만약 주모에 재료를 한꺼번에 다 부어버리면, 애써 높여둔 효모의 밀도와 산의 농도가 갑자기 묽어집니다. 효모 수가 부족한 상태로 넓은 탱크에 흩어지면 알코올 발효가 제대로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 틈을 타 잡균이 번식해 발효가 멈추거나 술이 상할 수 있습니다.

김이 피어오르는 겨울철 사케 양조장에서 작업하는 장인
추운 계절에 담금을 진행하는 것도 잡균을 억제하기 위한 지혜다

그래서 양조 장인은 재료를 조금씩 나누어 넣으며, 효모 수와 산도를 안전한 수준으로 유지한 채 탱크 규모를 서서히 키웁니다. 단계마다 담그는 온도도 조금씩 낮춰가는데, 이는 발효가 급하게 폭주하지 않고 차분하게 자리 잡도록 붙잡아 두기 위한 것입니다. 사케 담금이 주로 기온이 낮은 겨울에 이루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낮은 온도가 잡균의 번식을 억제해 발효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줍니다.

결국 산단지코미는 잡균에게 틈을 주지 않으면서 효모에게는 늘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오랜 경험이 쌓여 완성된 방법입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케가 이 방식으로 빚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모로미 발효의 시간과 온도

토메조에까지 마치면 모로미는 본격적인 발효에 들어갑니다. 이 발효 기간은 술의 종류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대체로 20일에서 40일 정도가 걸립니다. 일반적인 보통주는 20~25일, 준마이는 25~30일, 긴죠는 30~35일, 다이긴죠는 35~45일가량으로, 등급이 높아질수록 발효 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케 양조장에 늘어선 대형 발효 탱크
모로미가 익어가는 대형 발효 탱크

온도 관리는 모로미 발효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입니다. 발효가 진행되면 열이 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15도 안팎이나 그 이하로 조절합니다. 특히 긴죠나 다이긴죠는 10도 안팎의 낮은 온도에서 오래 발효시키는데, 이렇게 낮고 느리게 발효하면 사과나 바나나를 떠올리게 하는 화사한 긴죠향이 살아납니다.

양조 장인은 이 기간 내내 모로미의 온도와 상태를 살피며, 탱크마다 조금씩 다른 성격을 조율합니다. 같은 쌀과 물, 같은 누룩으로 시작해도 발효를 어떻게 이끄느냐에 따라 맛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마시는 한 잔의 사케가 저마다 다른 향과 감칠맛을 지니는 것은, 바로 이 모로미 탱크 안에서 보낸 시간의 결과인 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모로미와 주모(밑술)는 어떻게 다른가요?

주모는 우량 효모를 잡균 없이 대량으로 순수 배양한 작은 씨앗 배양액으로, 전체 쌀 양의 약 7% 정도로 소량입니다. 모로미는 이 주모에 찐쌀·누룩·물을 크게 더해 실제 마실 술의 양까지 키운 발효 탱크 전체를 가리킵니다. 주모가 효모를 준비하는 단계라면, 모로미는 그 효모로 술을 완성하는 단계입니다.

산단지코미는 왜 세 번에 나눠서 담그나요?

재료를 한꺼번에 다 넣으면 효모의 밀도와 산 농도가 갑자기 묽어져, 발효가 자리 잡기 전에 잡균이 번식하고 술이 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에 나누어 넣으면 매 단계 대략 두 배씩 규모를 키우면서도 효모 수와 산도를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잡균에게 틈을 주지 않으려는 오랜 지혜입니다.

사케 모로미 발효는 며칠이나 걸리나요?

술의 종류에 따라 대체로 20일에서 40일 정도 걸립니다. 보통주는 20~25일, 준마이는 25~30일, 긴죠는 30~35일, 다이긴죠는 35~45일가량으로, 등급이 높고 낮은 온도에서 빚을수록 발효 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발효로 도수가 20도까지 오른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모로미 안에서는 당화와 발효가 동시에 일어나는 병행복발효 덕분에, 당이 조금씩 만들어지고 그 자리에서 바로 알코올로 바뀝니다. 그래서 효모가 지치지 않고 자기 알코올 내성의 한계인 20% 부근까지 발효를 이어가, 완성된 원주는 약 18~20%에 이릅니다. 우리가 마시는 사케가 15도 안팎인 것은 여기에 물을 더해 도수를 맞추기 때문입니다.

둘째 날 오도리에는 왜 아무것도 넣지 않나요?

초첨으로 재료를 처음 늘린 뒤, 다음 담금을 감당할 만큼 효모가 충분히 증식하도록 하루를 기다리는 날이 오도리입니다. ‘춤춘다’는 이름처럼 이때 탱크 안 효모가 활발히 늘어납니다. 이 하루의 여유가 이후 발효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바탕이 됩니다.

모로미 산단지코미 병행복발효 사케 양조 발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