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씩 받아내는 사케, 후쿠로즈리와 시즈쿠도리

발효를 마친 모로미를 짜서 맑은 술과 술지게미로 가르는 압착(조소)은 사케 만들기의 마지막 큰 손질입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케는 기계로 압력을 주어 효율적으로 짜냅니다.
그런데 감평회에 출품하는 최고급 다이긴죠 라벨에서는 유독 후쿠로즈리, 시즈쿠, 도빈가코이 같은 표현이 자주 보입니다. 압력을 거의 주지 않고 술의 무게만으로 방울방울 받아내는 압착법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야부타식부터 후네시보리, 그리고 방울로 받는 후쿠로즈리와 도빈가코이까지, 압착 방식이 어떻게 사케의 맛을 가르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압착이란 무엇이었나, 세 가지 방식 한눈에
압착은 일본어로 조소(上槽, 조소)라고 부릅니다. 약 한 달 가까이 발효한 모로미는 아직 술과 고형분이 뒤섞인 걸쭉한 죽 상태입니다. 이 모로미를 짜서 맑은 술과 술지게미(사케카스)로 나누는 공정이 바로 압착입니다. 법적으로도 이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청주’가 됩니다.
짜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얼마나 압력을 주느냐가 핵심이고, 압력이 약할수록 맑고 섬세하지만 손이 많이 가고 얻는 양은 줄어듭니다. 먼저 큰 그림을 표로 정리했습니다.
| 방식 | 짜는 원리 | 압력 | 특징 |
|---|---|---|---|
| 야부타식 (자동 압착기) | 판과 여과천 사이에 모로미를 넣고 공기압으로 짬 | 강함 | 빠르고 효율적, 공기 접촉이 적어 안정적. 오늘날 주류 |
| 후네시보리 (槽搾り) | 술자루를 후네에 쌓아 자중으로 시작해 위에서 서서히 가압 | 약함 | 수작업, 무리한 압력이 없어 부드럽고 맑은 맛 |
| 후쿠로즈리 (袋吊り) | 모로미를 담은 자루를 매달아 자중으로 떨어지는 방울만 받음 | 없음 | 가장 맑고 섬세, 소량, 최고급. 감평회 출품용 |

야부타식, 오늘날 가장 널리 쓰는 자동 압착기
야부타식은 야부타산업이 만든 자동 모로미 압착기의 이름이 그대로 방식의 이름이 된 경우입니다. 판과 여과천을 아코디언처럼 나란히 세운 사이로 모로미를 밀어 넣고, 공기압으로 옆에서 눌러 술을 짜냅니다. 짜고 난 뒤에는 여과천 사이에 판판한 지게미가 남는데, 흔히 보는 판 모양의 사케카스가 여기서 나옵니다.
야부타식이 오늘날 주류가 된 이유는 분명합니다. 손으로 짜는 방식보다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고, 그만큼 술이 공기에 닿는 시간이 짧아 신선한 상태로 안정적으로 짜낼 수 있습니다. 사람 손도 훨씬 덜 듭니다. 대량으로 균일한 품질을 내기에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 일상적으로 마시는 사케 대부분이 이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후네시보리, 술자루를 쌓아 부드럽게 짜는 법
후네시보리는 후네(槽)라는 상자 모양의 통을 쓰는 전통 방식입니다. 후네가 배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모로미를 술자루(사카부쿠로)에 나눠 담고, 그 자루를 후네 안에 규칙적으로 차곡차곡 쌓습니다.
처음에는 쌓인 자루 자체의 무게만으로 술이 흘러나옵니다. 어느 정도 빠지고 나면 위에서 판을 얹어 서서히 압력을 더해 남은 술을 짜냅니다. 기계처럼 한 번에 세게 누르지 않고 천천히 눌러가기 때문에, 자극이 적고 입에 닿는 감촉이 부드러우며 맑은 술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자루에 모로미를 담고, 쌓고, 자루를 빨아 정리하는 일이 모두 사람 손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야부타식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갑니다. 그래서 후네시보리는 긴죠나 준마이긴죠처럼 손질을 아끼지 않는 술에서 자주 쓰이며, 라벨에 ‘후네시보리’ 또는 ‘후네장(舟場)’이라 적어 이 방식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후쿠로즈리와 시즈쿠, 압력 없이 방울로 받는 술
후쿠로즈리(袋吊り)는 말 그대로 자루를 매다는 방식입니다. 모로미를 담은 술자루를 탱크 위에 걸친 막대에 하나하나 매달고, 압력을 전혀 주지 않은 채 술 자신의 무게만으로 방울방울 떨어지는 것만 받습니다. 이렇게 받은 술을 시즈쿠자케(雫酒), 이 방식을 시즈쿠도리(雫取り) 또는 시즈쿠시보리라고도 부릅니다. 후쿠로즈리는 ‘방법’, 시즈쿠자케는 ‘그렇게 받은 술’을 가리키는 셈이라 거의 같은 말로 쓰입니다.
압력을 주지 않으니 잡미가 될 만한 성분이 거의 딸려 나오지 않고, 방울만 고르게 받기 때문에 술이 맑고 향의 순도가 높습니다. 혀에 닿는 첫 감촉이 깨끗하고, 향과 맛이 하나로 이어지는 긴 여운이 특징입니다. 또한 강하게 짜지 않아 공기와 무리하게 접촉하지 않으므로 산화도 최소한으로 억제됩니다. 그래서 후쿠로즈리는 사케를 짜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의 하나로 꼽힙니다.
대신 얻는 양이 매우 적습니다. 같은 모로미라도 자중으로만 떨어지는 부분만 받으니, 기계로 끝까지 짜냈을 때에 비하면 나오는 술이 크게 줄어듭니다. 자루를 하나하나 채우고 매다는 일도 완전한 수작업입니다. 이 때문에 후쿠로즈리로 받은 술은 대개 고급 다이긴죠나 감평회 출품주 같은 최상위 라인에 한정됩니다.
도빈가코이, 방울을 도빈에 받아 최상만 고른다
후쿠로즈리로 떨어지는 술을 받을 때 자주 쓰는 그릇이 도빈(斗瓶)입니다. 약 18리터가 들어가는 큰 유리병으로, 방울로 떨어지는 술을 이 도빈에 나눠 받습니다. 이렇게 받아 관리하는 방식을 도빈가코이(斗瓶囲い) 또는 도빈도리(斗瓶取り)라고 합니다.
굳이 도빈에 나눠 받는 이유가 있습니다. 방울이 떨어지는 동안에도 처음, 중간, 끝의 맛과 향이 조금씩 다른데, 도빈 단위로 나눠두면 그중 가장 좋은 병만 골라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조가는 도빈마다 맛을 확인하고, 그해 가장 잘 나온 병을 감평회 출품주나 한정 상품으로 따로 보관합니다. 라벨에 ‘도빈가코이’나 ‘도빈도리’라고 적혀 있다면, 그 양조장이 자신 있게 내놓는 한 병이라는 신호로 읽어도 좋습니다.

아라바시리, 나카도리, 세메로 갈리는 맛
압착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술이 나오지 않습니다. 짜는 순서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데, 나오는 차례대로 아라바시리, 나카도리, 세메로 나눠 부릅니다. 후쿠로즈리가 ‘압력을 주느냐’로 나눈 이야기라면, 이 셋은 ‘언제 나온 술이냐’로 나눈 이야기입니다.
| 구분 | 나오는 순서 | 맛과 향 |
|---|---|---|
| 아라바시리 (荒走り) | 압력 없이 자중으로 처음 흘러나오는 부분 | 가장 신선하고 향이 높음, 살짝 탁하고 자극적인 인상 |
| 나카도리 (中取り·나카구미) | 그다음 나오는 가운데 부분, 생산량의 과반을 차지 | 향과 맛의 균형이 가장 좋고 투명, 감평회 출품에 쓰임 |
| 세메 (責め) | 마지막에 강한 압력을 주어 짜낸 부분 | 맛이 진하고 복잡, 색이 짙고 도수가 조금 높은 편 |
같은 모로미에서 나온 술인데도 순서에 따라 알코올 도수가 콤마 단위(대략 0.2~0.3도)로 달라질 만큼 성격이 갈립니다. 그중 나카도리는 맑고 균형이 좋으며 술질이 안정적이라 사케의 ‘가장 좋은 부분’으로 불리고, 감평회 출품주로도 즐겨 쓰입니다. 아라바시리는 갓 짠 신선함과 튀는 향 덕분에 계절 한정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라벨에서 ‘아라바시리’나 ‘나카도리’라는 글자를 봤다면, 이 짜는 순서 이야기를 떠올리면 됩니다.
왜 이렇게까지 손이 많이 갈까
후쿠로즈리와 도빈가코이는 효율만 놓고 보면 전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시간은 오래 걸리고, 자루를 매다는 일은 온전히 손으로 해야 하며, 얻는 술은 눈에 띄게 적습니다. 그런데도 양조장이 이 방법을 고집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압력을 주지 않아야만 얻을 수 있는 맑고 섬세한 술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감평회는 전국의 양조장이 그해 실력을 겨루는 자리입니다. 여기에 내는 술은 조금의 잡미도 허락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양조장이 후쿠로즈리로 짜고 도빈에 받아 가장 좋은 병만 골라 출품합니다. 그렇게 다듬어진 술이 소량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면, 값은 비싸지지만 그 양조장이 낼 수 있는 가장 순수한 맛을 담게 됩니다. 후쿠로즈리라는 표현에는 ‘효율을 포기하고 술질을 택했다’는 뜻이 담겨 있는 셈입니다.
라벨에서 만나는 압착 표현
압착과 관련된 말들은 사케 라벨에 그대로 적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짧게 정리해두면 병을 고를 때 도움이 됩니다.
- 후쿠로즈리 · 시즈쿠 · 시즈쿠도리
- 자루를 매달아 압력 없이 방울로 받은 술. 맑고 섬세하며 대개 고급 라인에 쓰인다.
- 도빈가코이 · 도빈도리
- 방울로 받은 술을 18리터 도빈에 나눠 받아, 그중 가장 좋은 병만 골라낸 술.
- 후네시보리 · 후네장
- 후네에 술자루를 쌓아 약한 압력으로 짠 술. 부드럽고 맑은 맛을 강조할 때 적는다.
- 아라바시리 · 나카도리
- 짜는 순서로 나눈 표현. 아라바시리는 신선하고 튀는 향, 나카도리는 균형 잡힌 가운데 부분.
자주 묻는 질문
후쿠로즈리와 시즈쿠도리는 다른 건가요?
사실상 같은 것을 가리킵니다. 후쿠로즈리(袋吊り)는 자루를 매달아 짜는 ‘방법’을 말하고, 시즈쿠도리(雫取り)나 시즈쿠자케(雫酒)는 그렇게 방울로 받은 ‘술’을 말합니다. 압력을 주지 않고 자중으로 떨어지는 술만 받는다는 점에서 원리는 동일합니다.
도빈가코이(斗瓶囲い)는 무슨 뜻인가요?
후쿠로즈리로 떨어지는 술을 약 18리터짜리 유리병인 도빈에 나눠 받는 방식입니다. 도빈 단위로 나눠두면 병마다 맛을 확인해 그중 가장 좋은 것만 고를 수 있어, 감평회 출품주나 최고급 한정 상품에 주로 쓰입니다.
나카도리가 왜 좋다고 하나요?
나카도리(中取り)는 짤 때 가운데에 나오는 부분으로, 향과 맛의 균형이 가장 좋고 색이 투명하며 술질이 안정적입니다. 그래서 사케의 ‘가장 좋은 부분’으로 불리며 감평회 출품주로도 즐겨 쓰입니다. 처음 나오는 아라바시리보다 자극이 덜하고, 마지막 세메보다 잡미가 적습니다.
아라바시리는 왜 인기가 많나요?
아라바시리(荒走り)는 압력을 주기 전 자중으로 처음 흘러나오는 부분이라 가장 신선하고 향이 높습니다. 살짝 탁하고 톡 쏘는 인상이 오히려 개성으로 느껴져, 짜는 시기에만 나오는 계절 한정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후쿠로즈리 사케는 왜 비싼가요?
압력을 주지 않고 방울만 받기 때문에 같은 모로미에서 얻는 양이 크게 줄고, 자루를 하나하나 채워 매다는 과정이 모두 수작업입니다. 시간과 손이 많이 드는 데다 나오는 술은 소량이라, 값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그만큼 맑고 순수한 맛을 담습니다.
정리
같은 모로미라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술이 됩니다. 압착 방식을 압력의 세기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야부타식
- 공기압으로 효율적으로 짜는 오늘날의 주류 방식
- 후네시보리
- 후네에 술자루를 쌓아 약한 압력으로 부드럽게 짜는 방식
- 후쿠로즈리 · 도빈가코이
- 압력 없이 방울만 받아 최상만 고르는,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방식
후쿠로즈리와 도빈가코이는 효율을 포기하고 술질을 택한 선택입니다. 압력을 주지 않아 잡미가 적고, 향의 순도가 높으며, 산화도 덜합니다. 그래서 감평회 출품주와 최고급 다이긴죠는 이 방식으로 짠 술이 많습니다.
다음에 사케 라벨에서 후쿠로즈리, 시즈쿠, 도빈가코이, 나카도리 같은 글자를 만난다면, 그 한 병이 어떤 손질을 거쳐 나왔는지 떠올려보면 좋겠습니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술을 받아내는 시간까지 담겨 있다는 것을 알면, 한 잔의 맑음이 조금 다르게 느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