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시작하는 사케, GS25·세븐일레븐·CU 입문용 고르기

사케를 처음 마셔보고 싶은데, 전문점에서 낯선 이름의 병을 고르는 일은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가격도 종류도 감이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가장 편한 출발점이 집 앞 편의점입니다. 몇 해 전만 해도 사케는 일본 여행 가서 사 오거나 이자카야에서 마시는 술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GS25·세븐일레븐·CU 세 곳 모두 사케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자체 사케 브랜드를 만든 곳도 있고, 앱으로 주문해 매장에서 받는 방식으로 수백 종을 굴리는 곳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금 한국 편의점에서 사케를 어떻게 살 수 있는지, 체인별로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초보자가 어떻게 고르면 실패를 줄일 수 있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왜 편의점 사케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입문의 핵심은 ‘부담을 낮추는 것’입니다. 사케를 아직 잘 모르는 단계에서 큰 병을 덜컥 사면, 입맛에 맞지 않았을 때 남은 술을 처치하기 곤란합니다. 반대로 편의점에서 만나는 사케는 작은 용량, 낮은 진입 가격, 집 앞이라는 접근성이라는 세 가지 장점을 갖추고 있어 처음 맛보기에 잘 맞습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기준점’을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편의점이 매대에 올리는 사케는 대체로 호불호가 적고 무난한 쪽으로 고른 제품입니다. 이런 술을 먼저 마셔보면 ‘보통의 사케는 이런 맛이구나’ 하는 감각이 생기고, 이후에 준마이·긴죠 같은 개성 있는 사케를 만났을 때 그 차이를 훨씬 또렷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편의점 업계에서 사케는 최근 가장 빠르게 크는 주류 카테고리 중 하나입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사케 매출 신장률이 2024년 30%대에서 2025년 70%대로 뛰었습니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 20~30대가 ‘그때 마셨던 그 술’을 집 근처에서 찾기 시작한 흐름이 배경으로 꼽힙니다.
한국 편의점에서 사케를 사는 두 가지 방법
한국 편의점의 사케는 성격이 다른 두 갈래로 나뉩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매장에 갔다가 ‘우리 점포엔 사케 없는데요’라는 답을 듣는 경우가 많으니, 먼저 짚고 가는 편이 좋습니다.
- ① 매대에서 바로 집는 상품 — 주류 냉장고나 진열대에 놓여 있어 그 자리에서 계산하면 되는 제품입니다. 소용량·저가 위주라 입문자에게 가장 편합니다. 다만 편의점은 점포마다 발주가 달라서, 같은 브랜드라도 옆 점포엔 없을 수 있습니다.
- ② 앱으로 주문하고 매장에서 받는 상품(스마트오더) — GS25의 ‘와인25플러스’, CU의 ‘CU 와인샵’처럼 앱에서 주문·결제한 뒤 지정한 점포에서 찾아가는 방식입니다. 매대에 올릴 수 없는 고가·희소 사케까지 다룰 수 있어 종류가 압도적으로 넓습니다.
한국은 주류의 통신판매가 원칙적으로 제한돼 있어, 사케는 앱으로 주문하더라도 집으로 배송받을 수 없고 반드시 매장에서 직접 수령해야 합니다. ‘온라인 주문’이라는 말만 보고 배송을 기대하면 어긋나니 참고해두면 좋습니다.
세븐일레븐, 콜라보 사케와 캔 사케가 눈에 띄는 곳
세 체인 중 사케 신상품을 가장 자주 내놓는 곳은 세븐일레븐입니다. 특히 유명인과 함께 기획한 콜라보 사케와, 편의점 온장고를 활용한 캔 사케가 이곳의 색깔입니다.

- 아키(AKI) 시리즈 — 추성훈과 함께 만든 사케 라인입니다. 말차 콘셉트의 ‘아키그린’이 누적 10만 병을 넘겼고, 2026년 3월에는 유자 향을 넣은 저도수 제품 ‘아키유자'(알코올 6도, 720ml, 19,000원)가 나왔습니다. 프리미엄 라인인 ‘아키 준마이다이긴죠’도 있습니다.
- 간바레오또상 180ml 캔 — 2025년 10월 나온 캔 사케로, 편의점 온장고에 넣어 파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사케를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아츠캉(熱燗)’을 컵라면 사듯 즐길 수 있게 만든 제품입니다. 이름은 ‘아빠 힘내세요’라는 뜻입니다.
- 쿠보타(久保田) 4종 — 니가타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일본 여행 기념품 단골입니다. 2025년 6월 들어와 3개월 만에 초도 물량의 80%가 팔렸습니다.
- 한잔스루 — 2025 대한민국주류대상 사케 부문 대상을 받은 제품으로, 세븐일레븐이 단독으로 들여왔습니다.
정리하면 세븐일레븐은 ‘사케를 아직 안 마셔본 사람’을 겨냥한 저도수·기획 상품과, ‘일본에서 마셔봤던 그 브랜드’를 찾는 사람을 겨냥한 정통 상품을 함께 깔아두는 전략입니다. 입문자라면 저도수 과실 사케나 180ml 캔부터 집어보는 편이 부담이 적습니다.
CU, 편의점 최초의 자체 사케 브랜드 쿠
CU는 2024년 8월, 편의점 업계에서 처음으로 사케 전용 자체 브랜드 ‘쿠(KU)’를 만들었습니다. 와인 브랜드 ‘mmm(음)’, 위스키 브랜드 ‘FRAME(프레임)’에 이은 세 번째 주류 특화 브랜드입니다.

쿠의 첫 상품은 ‘오니노카나보(鬼の金棒)’입니다. 일본 도야마현의 긴반주조에서 만든 사케로, 1인 가구를 겨냥해 300ml 소용량으로 기획됐습니다. 알코올 도수는 13.5도, 가격은 4,500원입니다. 일본주도 +3의 카라구치(辛口) 계열이라 단맛이 적고, 쌀의 깔끔한 맛과 은은한 산미가 중심입니다. 이름은 ‘도깨비 방망이’라는 뜻으로, 마시면 만사가 잘 풀린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가격대만 보면 세 체인 중 가장 부담 없이 첫 병을 집을 수 있는 선택지입니다. 다만 카라구치는 향이 화려한 쪽이 아니라 담백한 쪽이라, 달고 향긋한 술을 기대하고 마시면 ‘밍밍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CU도 포켓CU 앱의 ‘CU 와인샵’으로 스마트오더를 운영하고 있어, 매대에 없는 제품은 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GS25, 앱 스마트오더로 종류를 넓힌 쪽
GS25의 사케는 매대보다 앱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주류 스마트오더 플랫폼 ‘와인25플러스’에서 주문하고 가까운 GS25나 GS더프레시에서 찾아가는 방식으로, 사케만 약 500종을 다룹니다. 편의점 매대에는 도저히 올릴 수 없는 폭입니다.

성장세도 뚜렷합니다. 2025년 상반기 와인25플러스의 사케·백주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0.1%, 즉 3.5배 늘었고, 전체 주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로 처음 두 자릿수에 올라섰습니다. 구매층의 약 35%가 20~30대이고, 3만~10만원대 중고가 제품이 매출의 68%를 차지한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편의점에서 사케를 사는 사람들이 ‘싸게 한 병’보다 ‘제대로 한 병’을 고르고 있다는 뜻입니다.
취급 품목도 프리미엄 쪽으로 넓습니다.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닷사이(獺祭) 같은 준마이다이긴죠부터, 캐릭터 라벨을 입힌 기획 상품, 계절 한정 과실 사케까지 들어옵니다. 다만 이런 상품은 물량이 한정적이라 시기에 따라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앱에서 재고와 픽업 가능 점포를 먼저 확인하고 움직이는 편이 헛걸음을 줄입니다.
편의점 사케, 고르는 다섯 가지 기준
막상 진열장 앞에 서면 무엇을 봐야 할지 막막합니다. 아래 다섯 가지만 확인해도 입문자가 크게 실패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 확인할 점 | 입문자를 위한 힌트 |
|---|---|
| 구매 경로 | 매대 상품인지 앱 스마트오더 상품인지 먼저 확인. 점포마다 발주가 달라 옆 점포엔 없을 수 있다 |
| 용량 | 처음이라면 180~300ml 소용량이 안전. 720ml는 취향이 잡힌 뒤에 |
| 도수 | 일반 사케는 13~16도. 과실 사케·저도수 기획 상품은 6~8도로 훨씬 가볍다 |
| 등급 표기 | ‘준마이(純米)’ ‘긴죠(吟醸)’가 있으면 향과 개성이 또렷한 편, 표기가 없으면 무난한 일상주 |
| 맛의 방향 | ‘카라구치(辛口)’는 드라이, ‘아마구치(甘口)’는 부드러운 단맛. 라벨의 일본주도 +/− 숫자도 힌트가 된다 |
처음에는 ‘준마이긴죠’처럼 향이 화사한 사케나, 도수를 낮춘 과실 사케가 입문자에게 더 즐겁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식사와 곁들일 담백한 술을 원한다면 표기가 없는 기본형이나 카라구치 제품이 무난합니다. 정답은 없으니, 작은 용량으로 몇 가지를 마셔보며 내 취향을 좁혀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면 됩니다.
입문자가 실패를 줄이는 작은 팁
마지막으로, 편의점 사케를 더 맛있게 즐기기 위한 소소한 팁을 정리했습니다. 어렵지 않지만 알아두면 첫 경험의 인상이 꽤 달라집니다.
- 작은 용량부터. 입에 맞을지 모를 때는 큰 병보다 180~300ml 소용량이 안전합니다. 마음에 들면 그때 큰 병으로 옮겨가면 됩니다.
- 차게 마셔보기. 입문 단계에서는 대체로 살짝 차게 마시면 향이 산뜻하고 목넘김이 부드럽습니다. 냉장 진열된 제품을 고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겨울엔 데워서. 캔 사케처럼 데워 마시도록 만든 제품은 편의점 온장고에서 바로 꺼내 마실 수 있습니다. 같은 술이라도 온도가 올라가면 쌀의 단맛이 도드라져 인상이 꽤 달라집니다.
- 개봉 후에는 빨리. 사케는 개봉하면 향과 맛이 서서히 변합니다. 소용량이라면 그날 다 마시기 좋고, 큰 병이라면 냉장 보관 후 며칠 안에 마시는 편이 좋습니다.
- 안주와 함께. 사케는 음식과 곁들일 때 진가를 발휘합니다. 회, 두부, 담백한 구이 같은 안주와 함께라면 첫 잔의 인상이 한층 좋아집니다.
정리
사케 입문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한국 편의점은 세 곳 모두 사케를 다루고 있고, 성격도 조금씩 다릅니다. 세븐일레븐은 저도수 컬래버 사케와 데워 마시는 캔 사케처럼 진입 문턱을 낮춘 기획 상품이 강하고, CU는 자체 브랜드 ‘쿠’의 300ml 소용량으로 가장 가볍게 첫 병을 집을 수 있으며, GS25는 앱 스마트오더로 프리미엄까지 폭이 가장 넓습니다.
다만 편의점의 한계도 분명합니다. 매대에 올라오는 종류는 몇 가지뿐이고, 점포마다 취급이 달라 원하는 술이 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몇 병 마셔보며 ‘나는 드라이한 쪽이 좋구나’, ‘향이 화사한 게 취향이구나’ 하는 기준점이 생기고 나면, 그때부터는 준마이·긴죠·다이긴죠 같은 특정명칭주의 세계가 훨씬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늘 저녁, 가까운 편의점에서 소용량 한 병을 골라 차게 한 잔 따라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한국 편의점에서 사케를 바로 살 수 있나요?
매대에 진열된 상품이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살 수 있습니다. 다만 편의점은 점포마다 발주 상품이 달라, 같은 브랜드라도 어떤 점포엔 없을 수 있습니다. 매대에 없는 제품은 GS25의 ‘와인25플러스’나 CU의 ‘CU 와인샵’ 같은 앱 스마트오더로 주문한 뒤 지정한 점포에서 찾아가면 됩니다.
편의점 사케는 가격이 어느 정도인가요?
폭이 넓습니다. CU의 자체 브랜드 사케 ‘오니노카나보’ 300ml가 4,500원으로 가장 가벼운 축이고, 세븐일레븐의 저도수 사케 ‘아키유자’ 720ml는 19,000원입니다. 앱 스마트오더로 넘어가면 3만~10만원대 프리미엄 사케까지 폭이 넓어집니다. 가격은 시기와 행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앱으로 주문하면 집으로 배송되나요?
아닙니다. 한국은 주류의 통신판매가 원칙적으로 제한돼 있어, 편의점 앱에서 사케를 주문·결제하더라도 배송은 되지 않고 지정한 매장에서 직접 수령해야 합니다. 수령할 때 성인 인증을 위해 신분증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사케 입문자는 어떤 것부터 마셔보면 좋을까요?
부담이 적은 소용량부터 권합니다. 180~300ml 제품으로 무난한 사케를 먼저 맛보거나, 도수를 6~8도로 낮춘 과실 사케로 시작하면 첫 잔의 문턱이 낮습니다. 마음에 들면 향이 화사한 준마이긴죠 같은 제품으로 넓혀가는 방식이 좋습니다. 살짝 차게, 안주와 함께 마시면 첫인상이 한결 좋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