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 입문 가이드 — 초보자를 위한 기초 지식·종류·고르는 법

깊은 역사와 전통을 지닌 사케(일본주)는 일본인조차 고르기 어려울 만큼 종류가 많습니다. 고르는 데 필요한 지식도 많아, 선뜻 도전하기 어려운 술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사케에 관심 있는 분은 적지 않죠.
이 글에서는 사케의 정의부터 제조 공정, 종류 해설은 물론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사케까지 소개합니다. 가능한 한 전문 용어는 쓰지 않고, 꼭 필요할 때는 보충 설명을 곁들이며 풀어가니 안심하고 읽어 내려가세요.
양조주의 일종인 ‘사케’
쌀을 발효시켜 만드는 ‘양조주’인 ‘청주(사케)’. 그중에서도 일본 쌀을 사용해 일본 국내에서 양조한 술만이 ‘사케(일본주)’로 불립니다. 해외 쌀로 만든 청주나, 일본 쌀을 써도 해외에서 빚은 청주는 사케라 부르지 않습니다.
그 기원은 조몬 시대에서 야요이 시대에 이르는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긴 역사를 지닌 술입니다. 나라 시대(710~794년)에 쓰인 일본 최고(最古)의 역사서 『고지키』와 『니혼쇼키』에도 사케가 등장합니다. 그만큼 오래전부터 일본에서 빚어지고 사랑받아 온 사케는 지금도 일본인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술입니다. 현재 라벨에 사케라 표기된 술의 도수는 모두 22도 미만이며, 최근에는 15도 전후가 많습니다.

사케를 깊이 이해하기 위한 제조 공정
제조 공정을 알아두면 앞으로 소개할 맛있는 사케나 내 취향의 사케를 고를 때 필요한 지식을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아래 표에 기본 제조 공정을 정리했지만, 종류에 따라 달라지므로 어디까지나 기본 흐름으로 이해해 주세요.
| 순서 | 공정 | 내용 |
|---|---|---|
| 1 | 정미 | 쌀을 깎아 잡미의 원인인 단백질·지질을 제거합니다. |
| 2 | 세미·침지 | 쌀을 물에 씻고, 수분을 흡수시키기 위해 물에 담급니다. |
| 3 | 증미 | 물을 머금은 쌀을 찝니다. |
| 4 | 제국(누룩) | 누룩을 뿌려 35도로 보온된 방에서 재웁니다. 이 과정에서 쌀의 전분이 당으로 바뀝니다. |
| 5 | 주모 | 누룩과 물을 합친 것에 효모와 찐 쌀을 넣어 발효시킵니다. |
| 6 | 담금 | 주모를 탱크에 옮기고 누룩·찐 쌀·물을 3회에 나눠 더합니다. 3주~1개월이면 발효된 ‘모로미’가 완성됩니다. |
| 7 | 착즙 | ‘모로미’에 압력을 가해 거르고 술지게미를 제거합니다. |
| 8 | 여과 | 작은 고형물을 제거하기 위해 여과합니다. |
| 9 | 화입(火入) | 발효가 더 진행되지 않도록 열을 가합니다. |
| 10 | 저장 | 숙성을 위해 반년~1년 정도 탱크에서 저장합니다. |
| 11 | 조합 | 다른 탱크에서 만든 사케나 물 등을 합쳐 최종적인 맛을 완성합니다. |
| 12 | 병입 | 맛이 변하지 않도록 온도를 관리하며 병이나 팩에 한 병씩 담습니다. |

제조 공정에서 드러나는 사케의 특징
와인·맥주와 마찬가지로 양조주인 사케는 ‘병행복발효’라는 고도의 제법으로 만들어집니다. 원재료인 쌀에는 당이 없기 때문에, 누룩으로 쌀의 전분을 당분으로 바꾼 뒤 효모의 작용으로 알코올 발효시킵니다. 당분으로 바꾸는 것과 발효시키는 것을 동시에 진행하는 제법이 ‘병행복발효’이며, 이 고도의 양조법을 쓰는 점이 사케 제조의 큰 특징입니다.

알아두면 좋은 사케의 종류
사케는 같은 양조장의 술이라도 종류가 다르면 맛이 크게 달라집니다. 그래서 맛있는 사케를 만났을 때는 양조장 이름뿐 아니라 종류까지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사케는 크게 ‘특정명칭주’와 ‘보통주’로 나뉘며, 특정명칭주는 다시 8종류로 세분됩니다. ‘보통주’는 특정명칭주가 아닌 사케를 가리킵니다. 특정명칭주를 8종류로 나누는 기준은 원재료와 정미율 두 가지입니다.
원재료의 차이 = 준마이슈인가, 아닌가
원재료가 ‘쌀·물·쌀누룩’만인 경우는 ‘준마이슈(순미주)’, 여기에 양조 알코올을 첨가하면 준마이슈라 부르지 않습니다.
잡미의 적음·향의 높이와 비례하는 ‘정미율’
잡미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지질을 깎아내는 작업을 ‘정미’라 합니다. 원래 쌀 대비 정미 후 남은 백미의 비율이 ‘정미율’입니다. 정미율이 낮을수록, 즉 정미 후 남는 백미가 적을수록 잡미가 적고 향이 높아집니다. 다만 정미율이 낮으면 그만큼 더 많은 쌀이 필요해 가격도 비싸집니다.
준마이슈의 종류
쌀 본연의 감칠맛과 단맛, 향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준마이슈의 매력입니다.
| 특정 명칭 | 정미율 | 특징 |
|---|---|---|
| 준마이다이긴조 | 50% 이하 | 준마이긴조보다 한층 깔끔한 맛과 화려한 향 |
| 준마이긴조 | 60% 이하 | 화려한 향과 깔끔한 맛 |
| 도쿠베쓰준마이 | 60% 이하 또는 특별한 제조법 | 양조장의 특별한 제법으로 빚어 맛이 양조장마다 다릅니다 |
| 준마이슈 | 규정 없음 | 쌀의 감칠맛·향을 강하게 느낄 수 있음 |
준마이슈가 아닌 특정명칭주의 종류
사케에 양조 알코올을 넣으면 깔끔한 드라이함이 더해질 뿐 아니라 향도 풍부해집니다.
| 특정 명칭 | 정미율 |
|---|---|
| 다이긴조 | 50% 이하 |
| 긴조 | 60% 이하 |
| 혼조조 | 70% 이하 |
| 도쿠베쓰혼조조 | 60% 이하 또는 특별한 제조법 |
각각의 특징은 준마이슈 구분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정미율이 낮을수록 깔끔한 맛과 화려한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원료와 제조법이 다른 사케와 소주
사케와 나란히 일본을 대표하는 술인 ‘소주(쇼추)’. 소주와 사케의 큰 차이는 제조법과 주된 원료에 있습니다.
| 사케 | 소주 | |
|---|---|---|
| 제조법 | 쌀을 발효시켜 만드는 ‘양조주’ | 양조주를 증류해 만드는 ‘증류주’ |
| 주된 원료 | 쌀 | 고구마류·곡물류 |
| 알코올 도수 | 15% 전후 | 25% |
도수의 높이나 향의 강도 차이로 마시는 법도 달라, 사케는 스트레이트로, 소주는 온더록·미즈와리(물에 희석)·하이볼(탄산수에 희석) 등으로 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표와 타입으로 맛의 경향 파악하기
사케는 종류도 제조사도 많은 데다 전문 용어도 많아, 무엇을 고르면 어떤 맛인지 상상하기 어려운 분이 많습니다. 그런 분을 위해 맛의 경향을 파악하는 데 꼭 필요한 지식을 소개합니다.
‘단맛’과 ‘드라이함’을 가르는 지표 ‘니혼슈도(日本酒度)’
사케의 맛을 크게 나누면 ‘아마쿠치(단맛)’와 ‘카라쿠치(드라이)’ 두 타입으로 구분됩니다. 이를 가르는 지표가 ‘니혼슈도’입니다. 니혼슈도가 플러스이면 카라쿠치, 마이너스이면 아마쿠치입니다. 니혼슈도는 사케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 비중이 크면 마이너스, 작으면 플러스가 됩니다. 비중이 크면 함유된 당분이 많아 단맛이 납니다. 여기서 ‘카라쿠치’는 고추 같은 매운맛이 아니라 깔끔하고 드라이한 맛을, ‘아마쿠치’는 설탕 같은 단맛이 아니라 입에 부드럽게 감기는 방순한 맛을 뜻합니다. 마이너스 표기면 단맛, 플러스 표기면 드라이—이것만 기억해도 충분합니다.

맛과 향을 가늠하는 4가지 타입
모든 사케가 들어맞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맛의 기준을 잡는 데 유용하니 아래 4가지 타입을 알아두세요.
- 쿤슈 (薫酒)
- 향이 높고 깔끔한 맛, 프루티하고 상쾌한 향이 특징
- 쥬쿠슈 (熟酒)
- 복잡하고 진한 맛과 향, 점성이 높고 단맛과 감칠맛이 특징
- 소슈 (爽酒)
- 담려하고 매끄러우며, 청량한 향으로 식사에 곁들이기 좋음
- 쥰슈 (醇酒)
- 쌀맛이 또렷하게 느껴지고 감칠맛과 깊이가 있음
라벨로 맛의 경향 읽기
사케 라벨에는 맛을 판별할 정보가 많이 담겨 있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소개한 종류와 니혼슈도에 주목해 보세요. 앞서 해설한 내용을 참고하면 라벨만 봐도 맛의 경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내 취향의 사케를 찾는 법
지금까지 봤듯 사케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고 향과 맛도 제각각입니다. 그만큼 내 취향을 찾기도 쉽지 않죠. 결론부터 말하면, 내 취향의 사케를 찾으려면 여러 종류를 마셔 보며 비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양조장에 따른 맛·향의 차이, 종류에 따른 차이를 느끼는 것 자체가 즐거움입니다. 여행과 마찬가지로, 취향을 ‘찾았다’는 목적보다 찾아가는 과정을 즐겨 보세요. 출발점으로 추천하는 건 ‘아마쿠치’와 ‘카라쿠치’의 비교 시음입니다. 사케 맛은 크게 이 둘로 나뉘므로, 둘을 비교하면 어느 정도 취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쿤슈·쥬쿠슈·소슈·쥰슈 4가지 타입을 비교해 보면 맛뿐 아니라 향의 취향도 알게 됩니다. 그 다음엔 준마이슈에 도전하거나 다이긴조에 도전하는 식으로 폭을 넓혀 가면 자신이 좋아하는 사케가 보일 것입니다.

일본에서 사케를 즐긴다면 가봐야 할 ‘일본 3대 술 산지’
일본 여행 중 사케를 즐기고 싶다면, ‘일본 3대 술 산지’로 불리는 효고의 나다, 교토의 후시미, 히로시마의 사이조에서 양조장을 둘러보는 건 어떨까요. 양조장에 따라서는 제조 공정을 견학하거나 그곳에서 빚은 사케를 시음할 수 있습니다. 니가타도 사케 산지로 유명하고 양조장이 많으니, 3대 산지에 더해 니가타도 함께 기억해 두세요.
첫 잔으로 딱 좋은 사케 5선
지금부터는 첫 사케로 안성맞춤인 술을 소개합니다. 각각 카라쿠치(드라이)·아마쿠치(단맛) 중 어느 쪽인지도 함께 표기했으니, ‘결국 뭘 마셔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은 아래 사케에 도전해 보세요.
사케에 관한 자주 묻는 질문
Q사케는 어떤 술인가요?
Q사케는 해외에서도 만드나요?
Q사케의 도수는 어느 정도인가요?
마무리
사케를 즐기기 위한 기초 지식을 풀어봤는데 어떠셨나요? 이 글을 읽고 사케에 더 흥미가 생겼다면, 소개한 술에 꼭 도전해 보세요. 일본 여행 계획이 있는 분, 특히 사케로 유명한 효고·교토·히로시마·니가타를 둘러볼 분이라면 현지에서 사케를 맛보길 권합니다. 제조 공정과 현장을 견학하며 시음할 수 있는 양조장도 있으니, 양조장 방문을 여행 일정에 넣어보는 건 어떨까요.




